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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미국 일상/플로리다 일상

미국 초기 유산 / 9주차 계류유산 / 소파술 (D&C)

by Hannahsway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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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예기치 않게 임신을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했다. 생각보다 유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잘 이야기 하지 않지만 나처럼 특히 타지에서 유산을 경험하고 수술을 받게 되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예전 일이지만 경험을 공유해본다. 

임신 확인 및 증상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이었어서 사실 임신 확인도 좀 늦게 했다. 생리가 규칙적인 편인데 예정일이 1주일 지난 뒤에도 하지 않아 혹시나 싶어 테스트를 해봤더니 두 줄을 확인했다. 그때부터 병원을 검색하고 의사를 골라 초진 예약을 잡았다. 마지막 생리 날짜를 알려주니 9주차 즈음으로 첫 초진을 잡아주었다. 미국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한 8주 전에 초진을 잡아주지 않는다. 사실 초진을 보기까지 특별한 입덧도 흔히 말하는 임신 증상도 많지 않아 임신이 체질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는데 나중에 다시 임신이 되고 입덧을 겪다보니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게 오히려 유산 증상중의 하나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초음파 및 유산확인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첫 초진을 갔다. 의사를 만나기 전 초음파 테크니션이 초음파를 해주는데 화면으로 젤리곰 같은 아기의 모습이 보였다. 여러가지를 확인한 다음 마지막에 테크니션이 이렇게 말했다 "I'm sorry. There's no heartrate."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이게 무슨 얘기냐고 하자 다시 한번 심장 박동수가 들리지 않는다며 유산된 것 같다고 의사가 정확히 얘기해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안좋은 표정으로 위로를 해줬다. 초음파 테크니션이 확인해준 후 의사를 만나기 까지 시간이 좀 있어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검색창에 초기 유산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수술 혹은 약물 배출 등의 정보를 봤다. 사실 너무 당황스러웠어서 그때는 눈물도 나지 않았었다.

의사는 크기로 보아 한 2-3일 전에 유산된 것 같다며 전혀 너희 둘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이벤트로 인해 일어나는 일도 아니니 원인을 찾지 말라고 얘기해주었다. 의사는 너무나 친절하게 얘기해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줘서 고마웠다. 온갖 생각이 들었는데 일주일 전에 봤으면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사에게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자 옵션을 제시해주었다. 자연적으로 배출되길 기다리는 것, 약물을 통해 배출하는 것, 그리고 수술이었다. 조심스레 어떤걸 추천하냐고 하자 아무래도 배출을 할 경우 잔여물이 남아 유착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수술을 추천한다고 하였다. 그 자리에서 수술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자 최대한 빨리 해야한다며 자신의 비서가 병원에 자리와 스케쥴을 알아본 후 전화를 줄 거라고 했다. 

수술 일정 및 준비

정신없이 집에 돌아오니 바로 전화가 왔다. 내일 오전에 수술을 할 수 있겠냐고. 뭔가 고민도 하기전에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전 준비해야할 사항(금식, dial 비누로 샤워 등)을 안내 받고 병원에 들어갔을때 어떤 카운터로 가면 되는지 안내를 받았다. 

사실 집에 돌아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초기 유산에 대해 다양하게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한다는 것에 놀랐고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벤트에 마음을 각자 추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또한 놀란 가슴과 그래도 찍어준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수술 당일

아침 일찍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병원으로 향했다. 금식인지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갔는데 가자마자 남편은 밖에 나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 간단한 검진을 한 후 바로 옷을 갈아 입었다. 자리를 잡고 나자 남편이 들어왔는데 수술을 기다리면서 수술에 관여하는 간호사, 마취과 간호사,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나에게 매우 친절하게 말을 걸어줬다. 아무래도 유산이다 보니 더더욱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다.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도착해서 간단히 안내한 후 수술실로 향했고 나는 전신 마취를 한 뒤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났다. 눈을 뜨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간단히 나의 바이탈을 체크한다음 뭐 마시겠냐고 물어봤다. 물을 달라고 했더니 얼음을 넣어서 먹겠냐고 하길래 전날 유산 수술 후기를 보며 출산한 것과 같이 당분간은 찬건먹으면 안된다고 했던게 생각나서 잠시 웃었다. 얼음은 빼달라고 하고 간단히 먹을거로 그레이엄 크래커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그때 먹었던 그레이엄 크래커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 나중에 퇴원하고 나서도 다시 사먹었었다. 

어느정도 몸 상태가 회복되자 옷을 갈아 입었고 휠체어에 앉자 남편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병원 입구로 바로 데려다 주었다. 남편은 그 사이에 화면에서 나의 회복상태를 체크해가며 처방해준 약을 약국에서 처방받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오면서 따뜻한 플로리다의 햇살을 느끼며 돌아왔고 서로 마음은 너무나 아팠지만 다시 한 번 우리를 성숙하게 해준 일이라며 서로 다독여줬다. 

약 1-2주일간 미역국과 처방해준 약을 먹었고 산부인과에 추가 검진 후 깨끗하게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마무리가 되었다. 그때는 너무나 슬펐지만 추후에 돌이켜 보면 성숙하지 못했던 나에게 이 일이 없었다면 부모로서 준비하는 마음가짐 또한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혹시나 타지에서 이렇게 유산을 경험하고 당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이 또 하나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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